2007/09/16 글쓴이:이한숙님
두모악
2011-08-17

글쓴이:이한숙님 | 날짜:2007-09-16

 

두모악에 남긴 방명록 글..

14일 독일 본부에서 오신 분들과 제주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일을 보고 15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오려던 일정을 바꾸어 오후 5시 비행기를 타기로 했습니다. 태풍주의보가 떨어진 제주에서 쏟아지는 비를 마다않고 비행기를 연장한 건, 같이 간 분들이 제주를 더 보고 싶어서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사실 두모악을 꼭 가보고 싶었던 제 갈망이 만들어낸 일입니다.

 

역시 그곳에 잘 갔습니다. 그곳에 다녀오고 나서 하루가 지난 오늘 이 시간까지 제 가슴이 덥습니다. 갤러리 사진 액자들 사이에 있었던 그의 글들, 자그만 글씨로 된 그 글들을 읽으며 느꼈던 통증과 아릿한 아픔이 계속 나를 따라다닙니다. 이럴 때 아픔은 그냥 아픔이 아닙니다. 가슴의 전율과 함께 다가오는 통찰의 기쁨이고, 그가 그토록 치열하게 살면서 남긴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경외이며, 나는 그렇게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데, 그가 가난과 고독을 삶의 일부로 껴안고 몸으로 발로 얻어낸 작품들을 공짜로 즐기는 것에 대한 송구함 등이 얽힌 복잡한 것입니다.

두모악 사이트에 들어와 그의 편지를 읽습니다. 가슴이 뜁니다. 가장 차분하고 고요한 그의 글이 왜 이리 뜨거운건지요.

두모악에 같이 간 독일 분이 방명록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 역시 저널리스트라 사진을 많이 찍는 분입니다. 그분의 눈은 언제나 개발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에 머문다고 합니다.

 

"If you open your eyes and heart, you can see more than you believe.

The world don’t need us, We need the world. Take care of it!"

 

저도 그분의 글에 영감을 얻어 한 자 남기고 왔습니다. 글을 쓰는데 마치 김영갑 선생님이 그곳에 계셔서 다음 날 제 글을 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보고, 부끄럽지만 김영갑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안에 충만했던 제주의 바람이, 구름이 나를 놓아주지 않아 이곳에 왔습니다.

그의 숨결로 충만한 이 공간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또 슬픕니다.

왜 극단의 감정은 결국 하나로 모아져 서로 만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이곳에 제주와 함께 있는 그대의 스피릿을 내 안에 담아갑니다.

나도 당신이 가졌던 그 정열을 내 삶에서 살아내고 싶습니다.

 

안녕히, 200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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