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손세실리아님 | 날짜:2005-03-22
선생님 저 손세실리아입니다
그 섬에 가야겠네
손세실리아
아무 것도 취하지 않았다 그대 고집하지도 않았다
포획하기도 전에 이미 그것들 그대 생의 일부였으니
어쩌면 전부였느니
약속한 편지 한 줄 여태 쓰지 못했다 허나
나의 가슴벽은 내내 그대로 하여
먹먹했고 수시로 웅웅거렸다 그럴 때마다
그대가 느꼈을 바람, 그 외로움을
그대 아닌 누군가에게 퍼나르기 위해
그대가 쥐어준 사진엽서를 알약처럼 꺼내
거기 깨알같은 안부를 각인했다
이쯤에서 허언이라며 피식 웃어주면 좋겠다
그럴 여력이라도 제발 남아 있기를, 그대
쪽창 너머 무연한 눈길로 그대 나를 배웅한 지
한 계절이 훌쩍 울담을 넘었다 두고온 두모악* 뜨락
눈발 속 샛노란 수선화는 다 졌을테고
봄볕에 그대 새하얗던 이마 조금은 그을렀을까
그랬을까
생의 시시각각 육신의 근육 한 가닥
석상처럼 굳어지고 있을 그대여
내 안의 그대 안부는
늘 이렇듯 눈물겹고 저릿하고 통속적이다 하여
차마 아껴둔 안부 대신 머잖은 날
그대 계실 섬에 가야겠다
홀연히 가야겠다
* 두모악: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갤러리
- 미발표 2005/ 3/ 22 손세실리아
선생님 저 시를 쓰는 손세실리아입니다
기억하시느냐고 여쭙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고 계심을 확인시켜 주셨으니까요
오늘 제 블로그에 선생님 세종문화회관 전시회 소식을 알리느라
글 몇 줄 쓰고 있던 참이었는데 하교하던 아이가 우편물을 전해주더군요
거기 거짓말처럼 선생님이 웃고 계셨습니다 보름밤 박꽃처럼 환하게 말에요
초대장... 바보 같다며 조금 울먹였습니다. 사실은 오늘 제 생일이거든요
제가 선생님 생각하며 아침부터 졸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선생님은 저 섬을 떠나 긴 바다를 헤엄쳐 제게로 오고 계셨습니다
살면서 서로 시공을 초월한 通함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홈페이지 가끔 들러 두모악 둘러보면서도 아무 흔적 남기지 못했습니다
전화 안부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언제든 훌쩍 다녀오리라는 생각이 우선했으므로 마음의 안부 접곤 했답니다
4월 1일 제주에 갑니다
2일부터 제주에서 전국작가대회가 열리는데 하루 먼저 건너가 선생님 뵈려구요
물론 내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다녀와야지요
선생님께서 챙겨 보내주신 생일선물 자랑스레 챙겨들고 다녀올게요
제게 눈맞추고 말 걸어주던 두모악 사진들 한번씩 안아주고 올테니
서울 전시는 아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시키실 일 있으시거든 전화 주시구요
아셨지요?
일산에서 손세실리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