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5 글쓴이:손세실리아님
두모악
2011-08-12

글쓴이:손세실리아님 | 날짜:2005-03-25

 

전시회 다녀왔습니다

선생님, 마음 일부 지금 서울에 와 계시는 거죠? 그렇지요?

전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촌 여동생과 함께요

선생님 보셨더라면 좋았을 걸 싶은 대형 걸개가 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었더랬습니다

칼라도 선명했고 고급스러웠습니다 새삼 선생님 전시를 기획한 세종문화회관 측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선생님 안의 처절한 외로움에도 감사드렸구요. 오늘 오전 그날 두모악에서 뵈었던 상냥한 갤러리 직원분과 통화했습니다. 선생님 안부를 대신 묻고 전했습니다. 그렇게라도 마음 놓고 와야 편할 것 같아서요. 전하시던가요? 그 분 통해서 의외의 말씀을 들었어요. 남겨 놓았던 안부 선생님께서 보셨다는...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대답 없지만 다 살피고 계시는구나 싶으니 가만가만 웃음도 나왔습니다. 선생님께 드리는 안부 탈고 했습니다. 주인인 선생님 앞에 맨 먼저 펼쳐두고 다시 달아날 준비를 합니다. 마음 꽃다발이라 여기고 웃어주세요. 그러실거죠? 안녕

 

 

 

두모악에 전하는 안부

손세실리아

 

아무 것도 취하지 않았다 고집하지도

않았다 포획하기도 전에 이미 그대

생의 일부였다가 전부이기도 했던

제주의 구름, 바람, 오름, 그리고 사람

 

약속한 편지 한 줄 여태 쓰지 못했다

아니, 차마 쓸 수 없었다 허나

나의 가슴벽은 그대로 하여 내내

먹먹했고 수시로 웅웅거렸다 그럴 때마다

그대 낡은 카메라 렌즈에 홀연히 나타난

이어도를 가만가만 기웃거리고 다녔다

이쯤에서 허언, 그만 두라며

피식 웃어주면 좋겠다 그럴 여력이라도

제발 남아 있기를, 그대

 

쪽창 너머 무연한 눈길로 그대 나를

배웅한 지 한 계절이 훌쩍 울담을 넘었다

두고 온 두모악* 뜨락

눈발 속 키작은 수선화는 다 졌을테고

창백하기 그지없던 그대 이마

봄볕에 조금은 그을렸을까 그랬을까

 

손가락 한 마디 근육 한 올 그 새 또

석고처럼 굳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나

그대 사는 섬 나 다시 찾는 날

우리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손바닥만한 쪽창에 앉아

나 마중해주시기를, 부디

 

* 두모악: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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