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7 글쓴이:시언재님
두모악
2011-08-12

글쓴이:시언재님 | 날짜:2005-03-27

 

[안부]형, 나야! 서울백수! 밥삼아 먹으라고 시 한편 보낼게.

몇 번 전화는 했었지! 그런데 직접 받지는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윤혁이가 그러대, '영갑형, 전화 받기도 힘들어!'.

그래서... 그래서...

그 뒤론 형이 눈으로 찍고, 마음으로 인화하듯,

난 또한 눈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답을 받는 법을 연습중이야.

나이 마흔이 넘으면 귀신도 보인다잖아! 아니 귀신도 보아야 한다지!

중산간 '초원의 집'에서, 형이 받아놓은 술, 그 뭐였더라... 그 때 생각했어!

가시리에 건너가 나 구워준다고 장만해 놓은 똥돼지 두어 근 안주 삼아

함박 취하던, 바람 불어 좋던 그날...

세종문화회관엔 윤혁이, 영준이 등과 날잡아 함께 갈 생각이야!

입장료 내려고 달러변도 꿔놨지!

뒷마을 송 선생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전시회 축하 꽃다발 대신 시 한 편 남길게... 형, 우리 '살자!'

 

*

사진가 김영갑의 서울 나들이

 

한 십 년 비루먹으니 심 봉사처럼 눈이 뜨여

김형의 영토는 이를테면 영혼의 인화지.

 

단편처럼 살다가는 쪽달과

들벌레 야윈 곡소리와 현무암 쪼개는 마른 번개

용눈이오름 흐벅진 굼부리까지

성산포 파도주름으로 질끈 동여매

밤 도와 서울로 왔습니다.

 

영지의 식솔들

억새풀 베먹다 남긴 햇빛 올가미로

한나절 꼬드겨 데불고 와서는

도마뱀처럼 풀어놓았습니다.

 

푸들푸들 놀라는 사람이

오히려 없어

그가 참 편안히 웃다가

밤 도와 제주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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