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시언재님 | 날짜:2005-03-27
[안부]형, 나야! 서울백수! 밥삼아 먹으라고 시 한편 보낼게.
몇 번 전화는 했었지! 그런데 직접 받지는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윤혁이가 그러대, '영갑형, 전화 받기도 힘들어!'.
그래서... 그래서...
그 뒤론 형이 눈으로 찍고, 마음으로 인화하듯,
난 또한 눈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답을 받는 법을 연습중이야.
나이 마흔이 넘으면 귀신도 보인다잖아! 아니 귀신도 보아야 한다지!
중산간 '초원의 집'에서, 형이 받아놓은 술, 그 뭐였더라... 그 때 생각했어!
가시리에 건너가 나 구워준다고 장만해 놓은 똥돼지 두어 근 안주 삼아
함박 취하던, 바람 불어 좋던 그날...
세종문화회관엔 윤혁이, 영준이 등과 날잡아 함께 갈 생각이야!
입장료 내려고 달러변도 꿔놨지!
뒷마을 송 선생님께도 안부 전해주고,
전시회 축하 꽃다발 대신 시 한 편 남길게... 형, 우리 '살자!'
*
사진가 김영갑의 서울 나들이
한 십 년 비루먹으니 심 봉사처럼 눈이 뜨여
김형의 영토는 이를테면 영혼의 인화지.
단편처럼 살다가는 쪽달과
들벌레 야윈 곡소리와 현무암 쪼개는 마른 번개
용눈이오름 흐벅진 굼부리까지
성산포 파도주름으로 질끈 동여매
밤 도와 서울로 왔습니다.
영지의 식솔들
억새풀 베먹다 남긴 햇빛 올가미로
한나절 꼬드겨 데불고 와서는
도마뱀처럼 풀어놓았습니다.
푸들푸들 놀라는 사람이
오히려 없어
그가 참 편안히 웃다가
밤 도와 제주로 내려갔습니다.